경찰수사권도 검찰 인사가 지휘
검사 출신 변호사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장 최종 후보에 올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윤희근 경찰청장은 최근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지낸 정순신(57) 변호사를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 후보자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남구준 현 국가수사본부장의 임기가 25일 종료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이르면 오늘 중으로 인선 절차를 마무리하고 정 변호사를 임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지난 17일 국가수사본부장 모집 지원자에 대한 종합심사를 한 결과 지원자 3명 중 정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정 변호사를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하면 국가수사권의 두 축인 검찰수사와 경찰수사를 사실상 검찰이 맡게 되는 구도가 된다.
국수본부장은 전국 18개 시도경찰청장과 경찰서장은 물론 3만 명이 넘는 전국 수사 경찰을 지휘한다. 경찰수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청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는 셈이다.
정순신 아들 학폭 판결문 보니…학교마저 "반성을 전혀 안한다"
"피해학생 동등한 인격체로 안보더라"…교사 지적
서면사과, 겨우 'A4지 3분의 1 분량' …"성의 없다"
"강제전학은 사실상 퇴학"…정순신 부부 총력대응
피해학생, 자살시도·성적추락…"가해자, 악마 같다"
“제주도에서 온 돼지새끼”, “빨갱이 새끼”, “더러우니까 꺼져라”, “넌 돼지라 냄새가 난다”
제2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검사 출신 정순신(57) 신임 본부장의 아들 정모군의 고등학교 재학 시절 학교폭력 사안조사 보고서에 나온 정군의 학폭 발언들이다. 사건은 정군이 한 자립형 사립고등학교(자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에 주로 발생했다. 학폭이 인정돼 강제전학 등의 징계를 받은 정군은 학폭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했는데,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모두 패소했다.
25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정군의 학폭소송 판결문에는 정군의 학폭에 대한 학교의 조사 내용과 피해학생, 주변 친구들의 증언들이 자세히 기록돼 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가 작성한 보고서에는 “주변 증언에 따르면 (정군이) 횟수를 세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피해학생 A군에게 ‘더러우니까 꺼져라’ 등의 말을) 자주 했다고 함”이라고 기록돼 있다. 정군은 특히 학폭위 조사 과정에서 반성 없는 태도와 성의 없는 사과문 작성으로 학폭위원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군과 피해학생 A군은 원래 한 무리의 멤버였으나, 입학 3개월째인 2017년 5월부터 정군은 A군을 향해 “돼지새끼” 등의 폭언을 시작했다. “더러우니까 꺼져라”는 발언은 A군이 점심시간에 같은 무리 멤버들과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으려고 할 때 나온 발언이었다. 그리고 1학년 2학기때부터는 폭언이 더욱 심해졌다. 다른 무리들과 기숙사 방을 따로 쓰게 된 A군이 방에 놀러 올 때마다 짜증을 내며 폭언을 한 것이다. 폭언과 함께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도 계속했다.
친구들이 “왜 A군을 막 대하냐”고 문제를 제기했지만 정군은 “쟤는 그래로 된다”, “나랑 너무 잘 안 맞는다”며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그 이후에도 폭언은 계속됐다. 2학년으로 올라간 후에도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는 가만히 있어”, “동아리 나가라” 등의 발언을 했다. 정군의 이 같은 A군에 대한 폭언에 동조해 또 다른 가해자도 나왔다.
A군은 정군의 괴롭힘으로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A군은 정군 등의 이름이 언급될 때마다 패닉에 빠졌고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심한 불안·우울을 겪었다고 학폭 보고서는 언급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 증세로 정신과 병원 치료를 받는 것은 물론, 상위 30% 수준이었던 A군의 내신 성적은 학사경고를 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결국 피해학생은 1학년 겨울방학 후 학교에서 생활하던 중 더 이상 학교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돼 일시 귀가조치되기도 했다.
정군의 학교폭력 행각은 2018년 3월 7일 피해 학생이 뒤늦게 학교 당국에 신고를 하며 뒤늦게 알려졌다. 학교가 신고 내용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피해학생인 B군이 “정군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고 추가 신고를 했다. 정군은 학교 조사에서 “A군에게 ‘돼지’, ‘빨갱이’라고 부른 것은 맞지만 장난이었다. A군도 저한테 ‘적폐’라고 했다”는 취지로 말해, 학폭을 강하게 부인했다.
학교폭력 담당교사는 정군에 대해 ‘A군과 B군에 대한 학교폭력 행위’를 본격적으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주변 친구들이 정군의 학교폭력을 진술했다. 한 친구는 “정군이 의도적으로 A군 말을 잘랐고, ‘돼지는 조용히 있으라’는 말을 했다”며 “친한 친구끼리라면 장난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이지만 둘은 전부터 학폭 피해자와 가해졌다. A군이 상당히 치욕스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군의 평소 부적절한 평소 언행을 지적하는 친구들의 증언도 있었다. 정군이 평소 아버지 자랑을 하며 ‘검사라는 직업은 다 뇌물을 받고 하는 직업이다’, ‘아빠는 아는 사람이 많은데, 아는 사람이 많으면 다 좋은 일이 일어난다’ 등의 발언을 했다는 증언이었다.
'아들 학폭' 논란 정순신 국수본부장 "피해자에 사과"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가 자녀의 학교폭력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정 변호사는 "자식의 일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피해 학생과 부모님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국수본부장에 임명된 어제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지속해서 언어폭력을 행사했다가 전학 처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피해 학생은 정신적 고통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등 정상적인 학업 생활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정 변호사 측은 '전학 처분이 지나치다'며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학교의 조치가 부당하지 않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 변호사는 "부모로서 피해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려고 했지만 미흡한 점은 없었는지 다시 한번 돌이켜보겠다"고 말했다.
전학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낸 것에 대해서는 "무책임한 발언일 수도 있지만, 당시에는 변호사의 판단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 임명…27일 취임
‘檢출신’ 정순신, 국수본부장 임명
경찰수사권도 검찰 인사가 지휘
경찰 수사를 총괄 지휘하는 ‘국가수사본부’ 2대 본부장에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됐다.
경찰 지휘부에 검사 출신이 내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변호사는 오는 27일 국가수사본부장에 취임한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치안정감급 국수본부장으로 정 변호사를 임명한다. 정 신임 본부장의 임기는 오는 2025년까지 2년이다.
정 신임 본부장은 인천지검에서 특수부장을 지내고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장, 창원지검 차장검사에 이어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경찰청은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수사 전문가”라며 “이번 인사는 1차 수사기관으로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됨에 따라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앞서 윤희근 경찰청장은 정 신임 본부장을 제2대 국수본부장 후보자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추천했다.
정 신임 본부장은 윤 정부 출범 후 검경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권한이 커진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서 유력하게 2대 국수본부장으로 거론된 인물이다.
한편 경찰청은 지난 17일 국수본부장 모집 외부 공무 절차에 따라 정 변호사와 경찰 출신인 장경석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최인석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 등 3명을 최종 후보자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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