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설계안 바탕 6월 계획
박원순 시장 시절 조성한
문화공간은 철거 가능성
서울 시내 혁신 디자인이 처음 적용되는 도시 공간인 노들섬에 대한 7개 건축 구상안이 공개됐다.
한강, 맹꽁이 숲을 배경으로 실험적 건축물을 짓는 설계가 주를 이루면서 당초 오세훈 서울시장이 ‘석양 명소’로 활용하려던 노들섬 내 복합문화공간은 철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해당 공간은 고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조성된 건물들이다.
서울시는 20일 오후 서울시청 다목적홀에서 ‘노들 글로벌 예술섬 디자인 공모 대시민 포럼’을 열어 국내외 건축가 7명의 구상안을 선보였다. 예상 사업비가 최소 600억원에서 1조원까지 여러 제안이 접수됐다.
지난 2월 서울시는 도시·건축 디자인 혁신방안을 발표하면서 상징적 건축물·공간 디자인 계획이 수립되면 용도 등의 규제를 없애고 행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첫 공공 분야 시범 사업으로 ‘노들 예술섬’이 추진 중이다.
이번 지명 공모는 예술 보행교, 노을 전망대, 수상 공연장, 한강을 가까이 볼 수 있는 공간과 수변 공간 등을 디자인에 기본적으로 포함하도록 했다.
강예린 건축가는 여기에 자연적 요소를 혼합한 열린 공간을 구현했다.
김찬중 건축가는 캡슐 관람차가 긴 링 형태의 건축물 외부를 따라 이동하고, 링 내부는 바지선으로 연결한 랜드마크를 제안했다.
나은중·유소래 건축가는 징검돌 형태로 자연과 예술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그렸다. 신승수 건축가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들을 잇는 섬의 집합으로 노들섬을 표현했다.
독일 위르겐 마이어는 노들섬 전망대와 한강 북쪽에서 이어진 연결로를 기본으로 워터타워 등 다양한 시설을 제안했다.
영국의 토머스 헤더윅은 다양한 곡선으로 한국의 산 이미지를 형상화하고, 구불구불한 산책로를 만들도록 설계했다.
이 가운데 나은중·유소래 건축가와 신승수 건축가의 제안은 기존 노들섬 내 복합문화공간을 모두 철거한다는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7개 설계안 중 하나가 선택될 수도 있고 특정 건축가의 설계 가운데 일부 요소만 떼서 적용할 수도 있다”며 “오는 6월 총사업 계획에 방향성을 최종 수립해 구역별 사업들을 나눠 추진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전문가 자문과 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노들 예술섬 기본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후 500억원 이상 사업의 경우 정부 투자 심사와 공유재산관리계획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공모 작품들은 다음달 서울시청과 노들섬 등지에 전시된다.
"서울 볼 거 없다고? NO"…'한국판 오페라하우스' 들어선다
시민들에게 시안을 선보인 7개 팀은 서울시가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평판을 듣고 ‘섭외’한 이들이다. 국내 네 팀, 해외 세 팀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노들섬을 방문해서 걸어보고 현재 있는 라이브하우스, 주차장 등의 현황을 확인했다. 디자인 작업에는 작년 11월부터 올해 3월까지 4개월 걸렸다.
서울시는 수상 예술무대, 보행교, 노을 전망대, 바운드리스 쇼어, 팝업 월 등이 꼭 있어야 한다는 등의 주문을 넣고, 이런 요소를 어떻게 배치할지는 건축가들이 결정했다.
15분씩의 발표를 통해 공개된 시안은 대부분 노들섬을 서울 문화예술 공연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한 기획이다. 현재 노들섬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접근성을 크게 개선한 점도 눈에 띄었다. 나은중·유소래 씨(네임리스건축사무소)가 구상한 ‘나들노들’ 기획안은 노들섬 북쪽에는 연결보행로, 서쪽엔 노을전망대와 야외예술무대 그리고 원형극장 등이 생긴다. 동쪽으론 다목적 공연장과 한강 생태관 등을 배치하는 징검다리 콘셉트다.
스페인 세비야에 메트로폴 파라솔을 기획해 명성을 얻은 위르겐 마이어는 워터타워, 스케이트파크 등이 포함된 ‘노들 예술섬’을 제안했다. 김찬중 건축가는 노들섬 위로 캡슐 형태의 관람차가 이동하는 ‘노들링’ 아이디어를 제출했다. 서울시가 상암동에 짓겠다고 한 ‘서울링’과 형태가 비슷하다. 이외에도 강예린+SoA, 신승수(디자인그룹오즈), 비양케 잉겔스(덴마크), 토머스 헤더윅(영국)이 이번 디자인 공모에 참여했다.
노들섬 개발 사업은 시장이 바뀔 때마다 방향이 틀어졌다. 서울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시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벤치마킹한 대규모 공연시설을 노들섬에 조성하겠다고 처음 계획했다. 2006년 시장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이를 ‘한강 예술섬’으로 확대하려 했다.
그러나 2011년 당시 박원순 시장은 오페라하우스 설립 계획을 전면 백지화했고 한동안 노들섬을 주말농장으로 썼다. 비판이 이어지자 서울시는 2019년 9월 노들섬을 복합문화공간 ‘음악섬’으로 개선했지만 그다지 활성화되지 못했다. ‘매력도시 서울’을 강조해 온 오 시장은 “서울을 찾은 관광객 사이에서 ‘볼 게 없네’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을 거듭했고 노들섬을 이번 임기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점찍었다.
서울시는 이번에 제출된 아이디어 가운데 한 가지 기획안을 채택할 수도 있고 일곱 개 시안에서 각각의 요소를 취사선택해 조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과 전문가 의견을 들어 6월께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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